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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한글동화

13. 진짜 부자

by EverMoon 2018. 9. 27.



진짜 부자


북쪽 마을에 소문난 부자 윤 노인이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윤 노인은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윤 노인은 들어라.


내일 정오에 이 마을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이 죽게 될 것이다.


그러니 미리 준비하여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도록 하여라."


수염이 허연 신령님이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꿈이 어찌 생생한지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또렸했어요.


'이 마을에서 가장 부자라면 나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아. 깊은 병이라도 들었단 말인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윤 노인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둘러 하인을 불렀지요.


"돌쇠야. 돌쇠야~."


"예, 예 부르셨습니까?"


"마을에서 가장 훌륭한 의원을 모셔 오도록 해.


내 병을 고치는 의원에게는 내 재산의 절반을 줄 것이야.


서둘러 모셔 오도록 해라."










"예? 주인님 어디가 아프십니까?"


"딴소리 말고. 시간이 없어. 얼른!"


그러자,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갔어요.


이름난 의원들은 모조리 윤 노인의 병을 고치겠다고 나섰지요.


'음... 도통 알 수가 없군.


몸에 이상이 있기는 커녕 젋은 사람들보다 더 튼튼한 걸?'


의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윳거리며 돌아갔어요.


다음날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죠? 정오가 지나도 윤 노인은 멀쩡했던 거에요.


'허, 거참 이상한 일이군.


그렇다면 혹시 이 마을에 나보다 더 부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얘, 돌쇠야, 돌쇠야~"








"예, 주인 어른."


"혹시 우리 마을에 오늘 정오에 죽은 사람이 있느냐?"


"예. 있습죠. 다리 밑에 사는 박 영감님이 오늘 돌아가셨답니다. 흑흑"


"뭐야? 박 노인이!"


윤 노인은 깜짝 놀랐어요.


박 노인이라면 이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었거든요.


옷이 없어서 한겨울에도 속옷을 입지 못할 지경이었으니까요.


"안되겠군. 내가 가봐야겠어."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박 노인의 죽음을 슬퍼한 나머지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온 것이었어요.








"쯧쯧쯧. 가진 건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조금의 욕심도 없는 분이셨는데."


"흑흑. 그러게 말예요. 거저 나눠주고,


어려운 일은 어떻게든 도와주려 했지요"


"이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게 살았지만 마음만은 항상 부자셨지요."


그 소리를 들은 윤 노인은 한없이 부끄러워졌어요.


"난 내가 지금까지 가장 부자인 줄만 알았어.


그런데 진짜 부자는 따로 있었네그려. 살았을 때도 마음만은


가장 부자로 살았고, 죽은 다음에도 이 사람들이 다 재산이구먼.


그러니 돈만 많은 나보다야 얼마나 부자인가.'


윤 노인은 지난날을 후회했어요.


그리고 신령님의 말씀대로 박 노인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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