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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한글동화

15. 오성과 한음

by EverMoon 2018. 9. 27.




오성과 한음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 왔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한음 이덕형이 친한 친구인


오성 이항복의 집에 놀러 왔습니다.


오성의 집 마당 큰 감나무에는 빨간 감들이 탐스럽게 열려 있었습니다.


이 감나무 가지는 담 너머 옆집까지 뻗어 있었습니다.





"야, 저 감 참 맛있겠다!"


한음이 담 너머에 있는 감을 가리키며 말하였습니다.


오성은 한음의 마음을 알아채고 하인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하인은 그 감을 딸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옆집 하인들이 그 쪽으로 넘어간 감나무 가지를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며


감을 따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세상에 그럴 수가...


한음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였습니다.


"그런 경우가 어디 있어?


아무리 담 너머로 가지가 넘어갔어도 감나무는 우리 것인데."


"글쎄 말이야, 옆집에 사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니?"







"권 판서 대감님이야."


오성의 옆집에서 권철 대감이 살고 있었습니다.


권 판서는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 싸움에서 큰 승리를 거둔


권율 장군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는 매우 어진 사람이었으나,


그 집의 하인들은 가끔 오성네 하인들을 함부로 대하였습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오성과 한음은 서로 머리를 맞대로 궁리를 하였습니다.


갑자기 한음이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좋은 생각이 났어."


"그래? 뭔데?"


오성은 한음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오성과 한음은 곧 권 판서 댁을 찾아갔습니다.


두 소년은 권 판서 댁 하인을 앞세우고 가서


대감이 있는 사랑방 앞에 우뚝 섰습니다.


"밖에 누가 왔느냐?"


인기척을 느낀 권 판서가 물었습니다.


"대감님, 저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오성은 창호지를 바른 방문 안으로 팔을 쑥 들이밀었습니다.


책을 읽고 있던 권 판서는 방문을 뚫고 들어온 팔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어떤 놈인데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하느냐?"





"접니다. 이웃에 사는 항복입니다."


"항복이라면 옆집 이 참판 댁 아들이 아니냐?


도대체 이게 무슨 무례한 행동이냐?"


오성은 손을 들이민 채, 권 판서에게 정중하게 사과하였습니다.


그러고는 곧 낮은 목소리로 다시 말하였습니다.


"대감님, 지금 이 팔이 누구 팔입니까?"


"그야 네 팔이지, 누구 팔이겠느냐?"


"지금 이 팔은 방 안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방 안에 있다 해도 네 몸에 붙어있으니까 네 팔이지."


권 판서는 오성의 당돌한 질문에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한 말씀 더 여쭙겠습니다.


저 담 너머에서 뻗어 나온 감나무 가지는 누구네 것입니까?"

권 판서는 오성이 무엇 때문에 방문을 뚫고 팔을 들이밀었는지


그 뜻을 금방 깨달았습니다.









'글재주가 보통이 아니라더니 과연 대단한 아이로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권 판서가 대답하였습니다.


"음, 그야 너희 것이지."


"가지가 이 댁에 넘어왔는데도요?"


"그렇다 해도 밑동과 줄기가 너희 집에 있지 않느냐?"


"그렇다면 왜 대감 댁 하인들이 저희 하인들에게 감을 못 따게 합니까?"


"우리 집 하인들이 생각이 모자랐던 것 같구나.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마."


그리하여 오성과 한음은 잘 익은 감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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