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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한글동화

16. 짧아진 바지

by EverMoon 2018. 9. 27.


짧아진 바지




옛날, 어느 마을에 한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부자에게는 딸 셋이 있었습니다.


세딸은 아버지의 재산을 더 많이 물려받기 위해서


서로 자기가 아버지를 잘 모신다고 뽐냈습니다.


첫째 딸이 말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아버지를 가장 잘 모시는 사람은 바로 나야.


그러니까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가장 많은 재산을 물려주실 거야."


둘째 딸도 말하였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아버지의 재산은 내가 가장 많이 가져야 돼."


그러자 셋째 딸도 지지 않고 말하였습니다.


"흥, 언니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고 시집을 가 버리면 그만이지만,


나는 시집도 안 가고 아버지와 함께 살 거야.


그러니까 내가 재산을 가장 많이 물려받아야 해,"


부자는 자기 딸들이 세상에서 가장 효성스럽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부자는 선비의 딸들이 어째서 자기의 딸들보다


더 칭찬을 받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부자는 선비의 집에 방문하였습니다.


그런데 선비는 무릎이 다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덥더라도 점잖은 선비 체면에


무릎이 다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있다니...


부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비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습니다.


"아니, 어찌하여 무릎이 다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계십니까?"


선비는 껄껄 웃으면서 바지가 짧아진 사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며칠 전에 선비는 먼 친척에게서 선물로 옷감을 받았습니다.


마침 마땅히 입을 옷이 없어서 여름 옷 한 벌을 해 입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새로 지은 옷을 입어 보니


바지가 한 뼘이나 길어서 땅에 질질 끌렸습니다


선비는 세 딸이 모여 있는 방 밖에서 헛기침을 하며 말하였습니다.


"얘들아, 누가 내 바지를 한 뼘만 줄여다오."


"네."


하고 세 딸은 일제히 대답하였습니다.


이튿날 오후가 되었습니다.


선비는 외출을 하기 위하여 그 바지를 입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줄여 놓은 바지가 너무 짧아서 무릎이 다 드러났습니다.


선비는 깜짝 놀라 세 딸을 불러 놓고 말하였습니다.









"아니, 어젯밤에 내가 분명 바지를 한 뼘만 줄여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바지를 이렇게 짧게 줄여 놓아서 도저히 입고 나갈 수가 없구나."


첫째 딸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말하였습니다.


"그것 참, 이상하네요. 제가 어젯밤에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분명히 바지를 한 뼘만 줄여 놓았는데요."


그러자 둘째 딸이 깜짝 놀라며 말하였습니다.


"언니가 그런 줄도 모르고 오늘 새벽에 일어나


그바지를 제가 한 뼘 줄여 놓았어요. 죄송해요, 아버지"







언니들의 말을 듣고 있던 셋째 딸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이걸 어쩌면 좋아? 저는 언니들이 줄여놓은 줄도 모르고


오늘 아침에 저도 한 뼘을 줄여 놓았어요."


세 딸은 모두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버지께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러자 선비가 웃으며 말하였습니다.


"아니다, 얘들아 너희가 줄여 놓은 이 바지야말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바지란다."



선비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부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자는 자기의 바지를 들고 딸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얘들아, 이 바지가 너무 길어서 입을 수가 없구나.


내일 점심 때까지 너희 가운데에서 누가 이 바지를 한 뼘만 줄여 다요."


"네."


하고 부자의 세 딸이 대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오후에 보니 바지는 어제 그대로였습니다.


부자는 세 딸을 불러 놓고 물었습니다.


"아니, 얘들아. 어젯밤에 내가 바지를 줄여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째서 바지가 그대로 있느냐?"


첫째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였습니다.


"아니, 그 바지가 그대로 있습니까?


저는 둘째가 줄여 놓은 줄 알았는데요."


둘째 딸은 셋째 딸을 바라보며 말하였습니다.


"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막내가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자 셋째 딸이 화를 내며 말하였습니다.


"아니, 아직 바느질도 서투른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그런 건 언니들이 알아서 해야지요."


이 모습을 지켜본 부자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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